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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9 07:40
점심시간에 컵라면 먹고 성매매 업소로... 충격적인 실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8  

[스팟인터뷰] 한국 성매매 실태 다룬 <추적60분> 이은규 KBS 피디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어느 정도냐면 점심시간에 뛰어나와서 컵라면 후루룩 먹고 (성매매 업소) 와요."
 
지난 2일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에 등장한 2018년 한국의 성매매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어느덧 편의점 점포수만큼 많아진 성매매 업소는 우리네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라면을 먹고 잠시 다녀올 정도'로 접근이 용이하고 간편해진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 중 이른바 '오피'라고 불리는 '불법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는 신도시 지하철 역 인근은 물론이고 서초구 한 주민센터 위에도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추적60분>은 특히 성매매 알선부터 업소 개점까지 성매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이뤄지는 통칭 '성매매 포털 사이트'라는 곳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는 단순히 성매매 업소들의 정보만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의 얼굴, 몸매, 서비스 등의 별점을 매기는 후기 정보 공유방, 고소를 당했을 경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의 연락처까지 나와 있었다.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 차원에서 만들어둔 성구매자 DB에 올라온 전화번호의 수는 약 400만 건. 한 성매매 포털 사이트 등록 업소는 총 2393개로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수(2018년 현재 2358개)보다 많았다. 한국 성매매 '산업'의 충격적인 민낯이다.

8일 오전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의 연출을 맡은 이은규 KBS 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의 뒷이야기를 묻고 들었다.

- 방송 나가고 나서 반응이 있었나.
"2일 저녁 방송이 나가는 도중에 저희가 다룬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어떤 글들이 올라가나 보고 있었는데, 추적60분과 관련된 글은 계속 삭제를 하더라. '요즘 유흥탐정이다 추적60분이다 이래저래 분위기가 안 좋은데 이 소나기만 지나가기를 기다리자'거나 '단속 조심하세요' 같은 글도 올라왔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한국에선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하지 못하고 경찰에서 움직이더라도 일시적인 보여주기식의 단속 정도라는 것을 말이다. 단속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이 순간만 피해가자는 반응이 인상 깊었다."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 취재 과정에서 성매매 업자들과 구매자들을 만났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맨 처음에 성매매 '산업'을 취재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몸조심하라'고 그랬다. 성매매 관련된 일은 조폭과 연계돼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조폭들도 성매매 산업에 그대로 있지만, 최근엔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것 때문에 일반인도 유입됐다. 성구매를 경험한 사람들이 돈이 되겠다 싶어서 성매매 업소를 차린다. 크게는 이용자가 업주가 되는 흐름이 보이더라. 마치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듯한 분위기의 하나의 산업이 됐더라. 내가 지금 성매매 업소를 취재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고 견제를 받지 않았다. 취재가 어렵거나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었다."

- 개인적으로 취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서초동 주민센터가 있는 오피스텔은 평소에도 왔다갔다 했던 건물이라 그 건물에 성매매 업소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실제로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서 지역별로 검색을 하면 살고 있는 지역에 성매매 업소들이 많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이다. 그걸 볼 때마다 놀랐던 것 같다."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 추가 취재를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겨서 하지 못한 것이 있나.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 후기를 남기는 후기쟁이들이 있다. 후기쟁이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후기를 남기고 그 후기가 유통이 돼야 홈페이지가 산다. 웹하드 카르텔도 헤비 업로더들이 있는 것처럼 성매매 산업에도 헤비 후기쟁이들이 있다. 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웹하드 카르텔처럼 큰 구조를 보여줬을 텐데 아쉽다."

- 후기쟁이? 방송에 간단히 나오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이들은 후기에서 얼굴, 몸매, 서비스, 마인드 등을 별점을 매기면서 품평한다. 마인드라는 건 서비스랑은 별도다. 성적인 서비스와 다르게 남성이 어떤 요구를 해도 받아들이면 마인드가 좋다고 한다. 남성이 어떤 요구를 했을 때 우회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하면 마인드가 나쁜 사람이라고 후기를 올리고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맛집 평가하듯이 여성에 대한 후기가 쌓인다.

'이 후기 보고 왔는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안 해줘'라고 말하기도 한다. 돈을 주고 샀다는 이유만으로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한다. 구매자의 요구를 거절하면 마인드가 나쁘다는 한 마디로 축약해 거절 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든다. 반대로 성구매자들이 돈을 내고 본인이 생각하는 '퀄리티'만큼 얻어내지 못할 때 '내상 당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여성을 뭘로 생각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2일 방송된 <추적60분> '유흥 탐정, 성매매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편 스틸 사진
KBS

 
- 이번 편 방송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생각이 바뀌거나 느끼신 점이 있다면?
"이전 선배 피디들은 성매매 아이템을 어떻게 다루었나 봤더니 1983년도에도 방송을 냈더라. 성매매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다룬 아이템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엔 주로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구조에 포커스를 맞춰 만들었는데 10년이나 지났는데 똑같은 맥락으로 다룰 순 없겠더라.

유흥탐정(일정한 돈을 내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 그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과거 성매매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사이트. 현재 유흥탐정 사이트 운영자는 구속됐다. 유흥탐정 사이트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업소들이 만들어둔 성구매자 DB 정보를 확보해 만들어졌다고 한다-기자 말)을 보면서 내 배우자가 성매매를 한다는 것에 대한 너무나 큰 분노가 있음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여성이 느끼는 성매매라는 것이 뭘까, 우리는 왜 이렇게 분노하는 걸까, 그걸 공유하고 싶었다. 굉장히 큰 폭력이지 않나. 사람이 돈을 주고 사람을 산다는 개념 자체도 현재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데. 성매매 여성의 인권 등을 취재했던 KBS 내부의 선배들도 10년이 지나니 이런 식으로도 접근이 가능하구나, 의미 있었다는 반응을 보여주시더라."

- 다음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이 이 이슈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까.
"바로 이어서 하기는 어렵겠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보려고 할 것 같다. 실제로 해당 포털을 만들고 운영해 거기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누군지 듣기만 했지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인데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한 번 더 제대로 구조적인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다. 보도 나가고 나서 <추적60분> 진행자가 여자 피디라는 것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더라. 프로그램이 올드하고 나이 많은 남자 아저씨가 나와서 그들이 볼 법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의외로 저희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다.(웃음) 12월에 내보낼 방송 중엔 양육비 문제나 그루밍 성범죄와 관련된 것들도 있다.

'공영방송에서 그런 페미니즘 이슈를 다뤄도 되냐'는 등 시청자 게시판도 와글와글하지만 이젠 지나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페미니즘 이슈들이 눈에 많이 보이고 내가 하지 않더라도 내부에서 많은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는 걸 봐서는 앞으로도 이런 이슈를 많이 다룰 것 같다.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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